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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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서윤
옮김
간행일 2017.08.31.

『그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소』는 조선 시대에 신체의 한계와 주변의 편견을 극복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친 여섯 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을 곁에서 지켜 주고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조선 시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지금도 많은 장애인들이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먼 과거인 조선 시대에는 어땠을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지금보다 더 심하지 않았을까?
조선 시대에는 장애를 질병의 하나로 생각하였을 뿐, 일반인과 차별을 두지 않았다.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장애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복지 정책을 시행했다. 나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 장애인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게 하였고, 능력만 있으면 높은 관직에 등용했다. 따라서 장애를 가졌지만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펼치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된 사람들

이 책에는 장애를 이겨 낸 여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들 중에는 관련 기록이 충분히 남아 있어 행적을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김서윤 작가는 흩어져 있는 각 인물들의 기록을 모으고, 여기에 상상을 덧붙여서 여섯 편의 온전한 이야기로 엮었다.
조선 초기 명재상으로 알려진 허조는 등이 굽은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관직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대쪽 같은 성품으로 나랏일을 수행하여, 황희 정승과 더불어 조선 초기의 명재상으로 일컬어진다.
맹인 연주가 김복산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성종이 성실하게 근무한 그에게 상을 내렸다는 기록만 전한다. 김서윤 작가는 김복산이 가야금을 배우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관습도감에 들어가 악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상력을 통해 그려 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 김복산의 열정이 돋보인다.
이정은 세종대왕의 현손으로 그림에 아주 능했다. 임진왜란 때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못할 만큼 팔을 심하게 다쳤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팔을 다치기 전보다 더 뛰어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특히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부러지지 않고 견디는 대나무를 그린 <풍죽도>가 유명하다.
정승 윤지완은 병으로 인해 한쪽 다리를 잘라 내야 했다. 그 후 사람들은 그를 일각 정승이라 불렀다. 그는 다리가 불편함에도 아랑곳 않고 엉금엉금 기어 입궐했다. 그러고는 숙종에게 진심을 담아 간언을 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나랏일을 돌보았다.
이덕수는 어린 시절에 병으로 청력을 잃었다. 그럼에도 꾸준히 학문에 정진하여 과거에 합격하였고, 영조의 신임을 받으며 여러 벼슬자리를 거쳐 학문과 문장을 총괄하는 대제학의 직책까지 올랐다.
신탄재는 청도의 대장장이이다. 쇠를 아주 잘 다루었고, 그가 만든 무기나 농기구들은 성능이 무척 뛰어났다고 한다. 또 철을 다루는 데 있어 굳은 신념을 가지고 날마다 항상 성실한 자세로 일했기에, 사람들이 그를 최고의 대장장이로 인정했다.

그들을 곁에서 지켜준 사람들

이 책에는 장애를 극복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들을 옆에서 지켜 주고 항상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사람들 역시 등장한다.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가 있었다.
허조의 곁에는 그의 능력을 인정해 준 태종과 세종이 있었다. 태종은 허조가 나라에서 하는 공사의 폐단을 아뢰자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허조밖에 없다며 그를 칭찬하였고, 아들 세종에게 나라의 기둥과 같은 신하(柱石之臣)라고 소개하며 잘 대우할 것을 당부하였다. 세종 임금 역시 그의 능력을 인정하여 중요한 일들을 맡겼고, 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한번은 나라에서 중요한 제사를 지내던 중 허조가 발을 헛디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자 세종은 허조에게 벌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위해 계단을 넓히라고 명했다.
악공 김복산에게 가야금을 가르쳐 주고 악공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스승은 허구의 인물이다. 작가는 맹인 김복산이 악공이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기까지 그의 어려운 처지를 돕고 능력을 인정해 준 주위 사람들을 상상력을 통해 그려 내었다.
화가 이정에게는 그의 그림을 아껴 준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 최립은 팔을 다친 후 그린 그림이 옛날보다 더 뛰어나다며 그의 능력을 극찬했다. 자신의 그림을 사랑해 주고 능력을 아껴 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이정은 역경을 이겨 내고 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을 것이다.
윤지완은 다리가 불편해 궁궐을 드나드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숙종은 끊임없이 그에게 벼슬을 맡겼다. 그가 나이가 들어 더는 관직 생활을 하지 못하고 고향에 내려가려 하자 숙종은 마치 두 손을 잃는 것 같다고 슬퍼하였다. 숙종이 얼마나 윤지완을 아끼고 신뢰하였는지 알 수 있다.
이덕수는 청각 장애를 앓았지만, 영조 임금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덕수의 문장 실력과 학식을 높이 평가하고 벼슬을 맡겼다. 그가 동지 정사에 뽑히자 많은 신하들이 반대하였는데, 영조는 중국말을 못 한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귀머거리와 마찬가지라며 장애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러한 영조 임금이 있었기에 이덕수는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대제학의 지위까지 오를 수 있었다.
신탄재는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지만, 그의 말을 사람들에게 전해 주던 벗인 아전이 있었다. 그 덕분에 신탄재는 세상과 소통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전이 갑자기 죽자, 신탄재는 그의 관을 두드리며 무척 슬퍼했다고 한다.

• 글|김서윤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나 남한산성을 놀이터 삼아 놀며 조상들의 삶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고 감동적인 역사 속 이야기를 찾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지은 책으로 역사소설 『토정 이지함, 민중의 낙원을 꿈꾸다』, 고전 에세이 『그대를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 그림|이경하
대학에서 섬유미술을 공부하고, 그림책에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글을 읽고 이미지를 상상하고 표현해 내는 일이 즐겁습니다. 그린 책으로 『암행어사를 따라간 복남이』, 『나는 수요일의 소녀입니다』, 『아버지, 계백』,『독립군 소녀 해주』 등이 있습니다.

• 감수|선종순
대학에서 한문학을 전공하고,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에서 한문을 공부했습니다. 현재 고전번역교육원 부설 전주분원에서 전담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심리록』, 『종묘의궤』, 『기언』, 『사가집』, 『중당유고』 등의 번역에 참여했습니다.

여는 글

1. 허조를 위해 계단을 넓혀라 - 등이 굽은 명재상 허조
2. 손끝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음악 - 앞이 보이지 않는 연주가 김복산
3. 그림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소 - 팔을 다친 화가 이정
4. 엉금엉금 기어서라도 궁궐로 가겠습니다 - 다리가 하나뿐인 정승 윤지완
5. 외국에 가면 알아듣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 귀가 들리지 않는 대제학 이덕수
6. 세상에서 제일 좋은 칼을 만들 테다 - 벙어리 대장장이 신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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